꾸러기학교-우린 그냥 놀아요!
꾸러기학교 꾸러기생활 꾸러기가족 꾸러기앨범 게시판 꾸러기자료 졸업생차지
꾸러기학교-외부기사

대안학교열린교육6- 꾸러기학교 \"우린그냥놀아요\" (여성신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랑방 작성일08-03-26 18:23 조회1,497회 댓글0건

본문

대안학교열린교육6 -꾸러기학교
“우린 그냥 놀아요”
3-7세 아동의 종일 놀이터. 일대일교육 시행

매주 월요일이 되면 꾸러기학교(종로구 인의동 50-2 사랑방교회 내) 학생 중 최고참인 6-7세 아동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교사들이 짠 1주일분 교육프로그램을 놓고 심의(?)를 하는 것이다. 지난주에 있었던 회의신간. 분명히 한강유람선 타기가 잇을 거라고 선생님이 말했는데 프로그램에서 빠진것을 두고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 했다. 교사는 일정이 변경된 것에 대해 설명을 했다. 유람선을 타러 갈 것인가를 놓고 아이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의 제기를 한 학생이 한 명뿐이어서 다른 학생들은 그 아이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결국 유람선 타기는 다음으로 미루는데에 모두 합의했다.

회의를 한켠에서 지켜보는 꾸러기학교 이월영 교사는 매번 깜짝 놀란다. 이제 겨우 여섯, 일곱살된 아이들에게 무슨 생각이 있을까 싶은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어른들이 자주 번복하는 말에 대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을 보면 절로 무릎을 치는 일이 가끔 생기는 것이다.

건강한 학교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3-7살된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종일교육을 시작한 것이 92년 4월. 열린교육이니 대안교육이니 하는 거창한 교육 이념보다는 그저 획일화된 유치원교육을 탈피하고 이상적인 학원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교사 3명, 어린이 12명으로 꾸러기 학교는 시작됐다.

“꾸러기”란 3-7살 또래의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단순한 탁아나 보육이 아니라 그 또래의 아이들이 성장 과정마다 경험해야 할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꾸러기학교 교사 6명이 서로에게 한 약속이다.

정해진 교육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아침에 이곳으로 등교한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논다. 책을 읽기도 하고, 인형 놀이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기본적인 교육의 큰 틀은 있지만 각각의 단위학습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관심에 따라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교사가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의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죠.”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으로 1주일의 한번씩 음악, 미술, 과학실습, 영어, 종이접기를 한다. 이것도 강제성을 부여 하지는 않는다. 원하는 아이들만 참여하도록 한다. 동기유발만시키고관심을보일경우에만교육하는것이다.

보통 3월에 학기가 시작되며 초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꾸러기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7명, 일주일에 4일만 나오도록 한다. 집에서 엄마와 있는시간도 소중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의 정원은 대개 15-17명. 1대1교육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학생은 받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과밀학급에 시달려 1년이 다돼도 교사의 관심 한번 끌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인 우리의 교육 형편인지라 취학 전만이라도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고 싶기 때문이다.

운동장이 없는 대신 외출을 자주 나간다. 연극, 음악회, 관람도 하고 박물관, 국립묘지, 전쟁기념관등을 견학가고 놀이동산에도 다녀왔다. 근처에 있는 경찰서를 방문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친절한 경찰관을 보면 무서운 순사로 여겨 도망가는 일은 없다.

소방서를 다녀 온 아이들에게 불조심을 목아프게 외칠 필요가 없어졌다. 학교근처에 있는 비원이나 창경궁은 수도 없이 다녀왔다. 일년에 두번 정도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다.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캠프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타인에 대한 배려, 함께 어우러진 생활의 소중함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아이들을 한데 모아두면 매우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기만 알고 자신의 물건에는 손도 못대게 하죠. 특히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혼자 있을 때는 자신감이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로 아이들은 물건 하나에도 내것보다는 우리 것이라는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돌아온다.

기계적인 교육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고 노는 시간이 더 많은 이곳을 과연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학교 교사들의 교육철학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노는 것은 그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주입식 교육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놀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어른들이 편견은 마땅히 깨야 합니다. 참다운 인간교육은 삶의 흐름을 가르치는 것이죠. 그 나이에 맞는 많은 것들을 경험시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깨달아갑니다. 스스로 자각의 단계를 거치면 아이들은 알아서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줍시다.”

<정희경기자> 여성신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